서양 검술에 대한 오해

서양 검술에 대한 흔한 오해 (영문, 유료구독)

[#M_(대충 번역 보기)|(글 줄이기)|

1. 검술인가 야구인가

모든 검술의 기본적인 목적은 죽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칼을 야구방망이처럼 붕붕 휘두르는 것은 특별히 효율적인 사용법이 아니며, 특히 머리 위로 높이 쳐들어서 몸통을 잠시라도 무방비상태로 두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양손 혹은 한손 반 (바스타드) 검처럼 긴 칼의 실제적인 사용법을 보면 날끝은 항상 적이 있는 앞쪽으로 향하도록, 그리고 종종 칼자루를 어깨 높이로 들고 칼이 비스듬히 아래로 향하게 했다. 전투중에는 검날 자체의 움직임은 아주 적은 빠른 베기, 그리고 힘이 다리의 풋워크에서 팔로 흘러나오는 강한 찌르기가 주를 이루었다.

적의 갑옷과 뼈를 가르는데는 이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괜히 머리 위로 칼을 쳐드는 무식한 공격으로 방어를 포기하다가 죽을 필요는 없다.

2. 찌르기와 베기의 진실

대개의 경우 찌르기가 베기보다 낫다는 것은 15~17세기 사이의 성질 급한 신사들이 충분히 증명해 보인 사실이다. 일단 속도만 봐도 상대적인 이동 거리 때문에 찌르기가 베기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검술이 발달할수록 특히 민간용 무기에서는 찌르는 칼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군용 무기 쪽에서는 세이버 같은 순수한 베기용 칼이 발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기 회수 때문이다. 칼끝으로 찌르면 적의 몸에 칼이 박혀버릴 가능성은 훨씬 커지며, 특히 양쪽 모두가 이동중일 때 (예를 들어 전장의 기마병) 더 그렇다. 이것은 심각하게 불편하거나 심각하게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무기를 선택하는데 고려해야 할 것은 피해의 정도 뿐이 아닌 것이다.

군에서 찌르기보다 베기를 많이 활용한 것은 훈련 기간 문제도 있다. 고도로 훈련받은 검사의 찌르기 공격은 매우 치명적이지만,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으며 제대로 못하면 큰 효과가 없다. 또한 베기 공격보다 헛손질하기도 쉽다. 물론 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훈련 정도가 낮은 병사에게는 일단 베고 보는 것이 더 확실한 도박인 것이다.

3. 산은 산이요 칼은 칼이로다

레이피어인가? 스몰소드? 플랑베르쥬? 혹은 사이드소드?

아마도 그냥 칼일 것이다. 때로 ‘스페인 검’이나 ‘엘프 검’일지는 몰라도 대개는 종류가 뭐든 특별한 분류명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개의 검 명칭은 현대 역사가들이 만든 것이다. 쯔바이한더 같은 몇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하지만 그나마도 말 그대로 양손검이라는 뜻이었다) 당대의 검사와 야장들은 칼을 그저 칼이라고 불렀다.

현대의 우리가 보기에는 같은 칼이라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지만 실은 이들은 여러 세기를 거친 변화와 개량의 결과이다. 어느 한 시대를 두고 보면 실제로 사용되는 칼은 어떤 한가지 종류일 가능성이 높았다. 새로운 종류의 칼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16세기 레이피어의 발달 등)  보통 특정 문화권에서 시작되는 현상이었으므로, 우리가 오늘 레이피어라고 부르는 칼은 익숙한 사람에게는 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페인 칼이었을 것이다.

한 시대와 한 문화권 내에서 가장 큰 구분은 용도가 크게 다른 민간 검과 군용 검인데, 그렇다 해도 ‘레이피어’라기보다는 ‘민간용 칼’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기에 대한 논의가 획일적이거나 재미없게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특정 분류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각 무기를 특정 전술이나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것이다.

4. 검객은 불끈불끈?

제대로 만든 칼이라면 휘두르기 힘들 정도로 무거울 일은 없다. 레이피어든 세이버든 쯔바이한더든 복제가 아닌 실제로 사용되던 무기 치고 보통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공격을 막는데도 힘이 크게 들지 않는다. 전력공격을 받아치는데도 거의 힘을 안 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칼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것은 엄청난 힘보다도 오히려 지구력이다. 아무리 가벼운 칼이라도, 심지어는 빈손이라도 반복적으로 휘두르거나 가드를 유지하는 동작은 곧 몸이 지친다.

따라서 힘이 좀 약한 사람이라도 칼을 들어올리고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지구력이 딸린다면 오래 싸우거나 모든 기술을 사용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거의 모든 사람이 거의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변함없다. 몸이 약하거나 훈련이 부족하면 좀더 빨리 지칠 뿐이다. (물론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힘과 피해 사이에도 깊은 관계는 없다. 제대로 된 공격이라면 공격자의 힘과는 상관없이 피해가 심하다. 오히려 공격에 들어가는 힘을 최소화하는 것이 많은 기술의 목적인 것이다. 덩치큰 운동선수가 미친듯 휘두르는 칼은 검 훈련을 받은 허약한 사람의 공격보다 훨씬 피해가 적다. 휘두르는 힘 때문에 어느정도의 타격은 있겠지만 사실 피해는 무기의 속도, 겨냥, 뒷처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검술에 힘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공격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조언에서도 알 수 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공격으로 적을 죽인다 해도 칼이 적의 몸에 박힐 가능성도 커지고, 그런 동안 다른 적이 나타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적을 죽이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정확히 제어된 공격을 했을 경우 후속으로 방어 가드를 취할 수 있지만, 무절제하게 칼을 휘두른 직후에는 자세가 어긋나서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보면 칼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닌 기술이다. 기술 없이 힘만 센 사람은 상대를 부상 입히거나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적을 맞추든 못 맞추든 치명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5. 핵 앤 슬래쉬 그 이상

동양 검술에 비해 유럽 검술은 단순하고 힘에 의존한다는 것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오해이다. 어느 시대를 논하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서양 검술은 확고한 원칙에 기반한 폭넓은 기술과 훈련에 의존하며, 모두 익히는데는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만한 깊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고도로 훈련받은 13세기 유럽 검사는 칼을 퍽퍽 내리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 받아내기, 칼을 봉처럼 사용하는 하프소드, 안장머리 치기 등 폭넓은 기술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서양 검사라고 해서 핵 앤 슬래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적의 공격을 자기 공격에 역이용할 수도, 우아하고 치명적인 풋워크로 춤추듯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검은 대개의 판타지나 역사 RPG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그리고 검의 세계에는 핵 앤 슬래쉬 이상의 극과 색채가 있으니 탐구해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타: 유럽 중세 무술 협회 홈페이지_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