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면모 / 캐릭터 면모 활용하기

페이트는 규칙의 많은 부분을 면모 활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물을 던져 상대방의 움직임을 묶은 다음, 삼지창으로 찌른다. 상대방은 애써서 그물을 잘라 빠져나가려고 한다.” 라는 장면을 전통 RPG로 구현한다면, ‘포박’ 규칙과 ‘물건 파괴’ 규칙을 각각 설명해야 합니다. 물론 그물이 주는 효과와 데이터도 필요하지요. 그러나 페이트에서는 기회 만들기 액션으로 면모를 붙이고, 극복 액션으로 면모를 제거하는 기본 규칙만 알면 됩니다. 마스터는 그물이라는 면모가 붙은 캐릭터의 이동 및 행동에 적당히 제약을 주면 그만이지요. 페이트는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테이블 안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를 믿고, 상당수의 복잡한 규칙을 면모 관련 규칙 하나로 뭉뚱그렸습니다.

따라서, 이 면모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페이트는 무척 밍밍한 규칙입니다. 면모의 기본적인 활용은 판정에 +2의 보너스를 주거나 주사위를 다시 굴리는 방법이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지요! 면모는 이야기 속 현실입니다. 한번 등장한 면모는 면모 발현, 면모 역발현에 관계없이 플레이상 현실로 존재하고, 실제 플레이에 도움이나 제약을 줍니다. “날개” 면모가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고, “수갑에 묶임” 면모가 있으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던전월드(링크)를 아시는 분이라면 무기나 물건에 붙은 태그를 생각해 보세요. ‘파괴적’(장비) 태그는 수치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피해를 주는 방식이 파괴적이어서, 맞은 사람이나 물건은 으깨지거나 찢어집니다.” 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예전 제 캐릭터는 파괴적인 공격을 맞고 팔 하나를 잃고, 신전에서 치료 마법으로 팔을 붙일 때까지 방패를 장비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이야기 속 현실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예시지요.

페이트의 면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터와 플레이어는 장면과 캐릭터에 붙은 면모가 실제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도록 다양한 방법을 써야 합니다. 페이트 코어 시스템 p.202, “난이도에는 이유가 있어야”와 p.218 “환경적 위험요소”를 참조하세요!

 

면모를 실제 플레이에 활용하는 예시를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페이트의 면모 활용은 정해진 세부 사항이 없는 만큼, 이 예시는 다른 마스터의 면모 활용 사례라고 참조만 하세요.

 

“저 흡혈귀의 몸에 기름병을 던질게요. 철수야, 그 다음이 네 차례지? 횃불을 던져!”

→ 기회 만들기로 “기름 뒤집어씌우기” 면모와 “불 붙이기” 면모를 상대에게 붙이는 시도입니다. 흡혈귀는 ‘운동능력’(페이트 코어)이나 ‘날쌔게’(기동형 페이트)로 피하려고 시도하겠지만, 실패해서 불이 붙은 흡혈귀는 어떻게 될까요? 명백하게 규정한 규칙은 없지만, 불이 붙은 흡혈귀는 피해를 당하는 게 자연스럽겠죠. 저라면 불길의 ‘화상’ 실력을 대단함(+4) 으로 잡고 매 차례 흡혈귀를 공격하게 할겁니다. 흡혈귀는 ‘체력’이나 ‘강하게’ 로 방어를 하면서, 자신의 차례 때 극복 액션으로 불을 끄려고 하겠죠. 역시 난이도는 +4 정도로 할겁니다.소화기를 사용한다면 +2 정도로 낮출 수도 있겠지요.

 

“거대한 날개가 있는데, 좁은 통로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겠어요?”

→ ‘거대한 날개’라는 캐릭터 면모가 있는 캐릭터는 좁은 통로에서 곤란을 겪습니다(아마 상황 면모로 “좁은 통로”가 있겠지요). 아마 뛰어가서 적을 공격하려고 해도 좁은 통로 속에서 날개가 거치적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겠죠. 이 경우 마스터는 “거대한 날개를 가진 캐릭터는 좁은 통로에서 공격하려고 할 때, 공격에서 최소 +3 이상은 나와야 한다.” 라고 선언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방어자가 거대한 날개 면모를 발동하면, 공격 난이도가 +5가 되겠지요.

 

“밑에 있는 좀비들이 깔리도록 거대한 샹들리에를 쏴서 떨어뜨리겠어요!”

→ 멋지군요! 샹들리에를 떨어뜨려서 한 구역의 적들 모두를 공격한다면 플레이어가 제안하는 “면모의 역발현”을 응용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느리고 둔해 빠진 좀비라면 캐릭터는 샹들리에를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난이도는 +2 정도로 하고 싶습니다) 좀비들을 모두 공격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좀비들이 잽싸다면 운동능력으로 대항하겠지요. 그래서 캐릭터가 성공한다면? 그 밑에 있던 모든 좀비들은 성공 차이+ 샹들리에의 무게 때문에 얻는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만약 ‘거대한 덩치’라는 캐릭터 면모가 있는 괴물 좀비라면 이 정도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캐릭터의 선언이 공격이 아닌 기회 만들기 액션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다만 “샹들리에에 깔리다” 라는 상황면모가 붙어 샹들리에를 치우기 전에는 이동을 못 하거나, 공격이나 방어에 페널티를 입을 수는 있습니다.

 

“저 녀석의 등 뒤로 돌아와 손을 꺾은 다음, 수갑을 채우겠습니다.”

→ 기회 만들기로 시도해보겠다고요? 대담한 발상입니다. 화끈한 마스터라면 한 번에 허락할 수도 있겠지만, 저라면 “먼저 붙잡아서 제압한 다음 수갑 채우기를 시도하세요.” 라고 제안할 겁니다. 기회 만들기를 두 번 시도하라는 거지요. 상대는 운동능력으로 저항하겠죠?

하지만 이런 힘든 시도를 뚫고 성공한다면, 당연히 그만한 보상은 있어야겠죠. “등 뒤로 수갑이 묶임” 면모가 붙은 캐릭터는 일단 손으로 하는 모든 행동이 불가능할 겁니다. 대표적으로 무기 사용이나 주먹 휘두르기 등이 있겠죠. 게다가 등 뒤로 손이 묶였으니, 방어 역시 매우 힘들겠죠? “등 뒤로 수갑이 묶임” 면모가 있는 이 캐릭터를 칠 때는 캐릭터의 운동능력 실력이나 난이도 +2 중 낮은 쪽을 넘기면 공격이 명중한다.” 정도의 제한은 어떨까요? 달리기도 힘들 테니 “전력으로 질주할 때는 난이도 +3 이상이 나와야 성공한다.” 정도의 제한을 붙이고요. 또한, 수갑을 푸는 시도는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에 난이도를 +4 이상으로 줄 겁니다. 물론 묶인 캐릭터가 ‘유연한 관절’ 같은 면모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저 녀석의 손목을 베어버리겠어요! 물론 손에 들고 있는 검은 떨어뜨리겠지요?”

→ 물론 좋은 시도지만, 때로는 면모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세요. ‘잘린 손’, ‘외눈’ 같은 영구적인 변화는 기회 만들기로 붙일 수 있는 상황 면모로는 너무 큽니다. 영구적인 변화는 극단적 타격이나 갈등 패배의 결과로 남겨두세요. 다만 기회 만들기 시도로 ‘손목 치기’ 같은 상황 면모를 붙인다면 무장 해제 정도는 가능하겠죠. 무장이 해제된 캐릭터가 무기를 주우려면, 극복 액션을 하느라 한 차례를 소모해야 합니다(극복 난이도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겁니다. 만약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난이도가 낮거나 자동 성공도 가능할 테고, 적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 무기를 주우려면 겨루기로 굴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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