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해보고 싶은 것들

전생 플레이에 대한 생각

어쩌다 보니 아침부터 전생의 사랑을 소재로 한 뮤직 비디오를 연이어 두 편 보았습니다. 뭐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는지는 차치하고 (도탄에 빠진 반란 농민의 한복이 얼마나 하얗고 깨끗한지, 새삼 우리가 백의민족이라는 자긍심을 느꼈습..), 어쨌든 전생이라는 소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 하나: 과거의 발견

이와 관련해서 떠오른 것이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뱀파이어 캠페인인 소년H님의 시카고 2007입니다. 시카고 2007에서는 주인공의 과거사도 플레이 소재가 될 수 있는데, 재밌는 건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은 수치상으로 별개라는 점입니다. 한 100년 전에는 알았던 것이라 해도 이후 잊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과거 플레이에서 성장했다고 그걸 현재에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사 자체도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플레이중 ‘발견’하는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플레이하는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대략의 내용은 있을지 몰라도 사건의 세부는 플레이중 드러나겠죠.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플레이상 과거란 현재와 불가분의 연속성을 이루는 고정체가 아닌 일종의 평행 시간대일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시간대와 끝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과거의 사건은, 혹은 그 기억은 현재의 사건과 인간관계에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현재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과거에 대한 인식을 계속 수정해 갑니다. 기억과 기록이 결코 완전하거나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심리학, 역사학, 범죄 수사, 재판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거의 성격은 전생을 소재로 삼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생과 현생의 자신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야 뭐 자명하고, 생전의 기억도 믿을 게 못 되는데 죽음을 넘은 기억은 또 어떨까요. 과거와 현재를 평행 진행하며 과거의 진실을 깨달아 가고, 과거의 의미가 현재의 사건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는 플레이는 전생 플레이에 특히 적합해 보입니다.

생각 둘: 수정주의 전생?

또하나 떠오른 생각은 수정주의 역사 (Revisionist History) 규칙을 고쳐서 공통의 전생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루어도 재밌겠다는 것. 권위도나 연구 자금 대신 인과나 업보, 인연 등이 있겠고, 전생의 사건 못지않게 현생도 중요하게 다루어야겠죠. 전생의 반복을 유도하는 과거의 힘과 이를 청산하려는 의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도 흥미롭겠고 (전생에 죽인 사람에게 속죄한다거나), 전생의 진실을 깨달아서 현재의 문제를 푸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보물을 묻은 곳은… 바로…!’)

여러모로 전생이란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입니다. 운명과 자유의지, 진실의 성격, 기억의 주관성 등 많은 주제를 다룰 수 있죠. 전생 소재가 다시 유행을 타는 건지 우연히 그랬는지는 몰라도 같은 소재의 뮤직 비디오를 두 편이나 보니 떠오른 생각입니다.

인터넷 전화로 하는 RPG에 대한 생각

RPG는 TRPG에서 시작했다지만 저는 ORPG로 시작해서 쭉 ORPG만 했기 때문에 RPG에서 ‘말’을 한다는 게 생소합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RPG.net 게시판 글 (영문)에서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피로 하는 음성 RPG 얘기를 보고 호기심이 동하더군요. (주사위는 여기서 굴리는 모양입니다.) 말로 하면 확실히 글로 쓰는 ORPG보다는 훨씬 빠를 테고, 채팅에서처럼 말이 마구 엉키고 순서가 바뀌는 일도 없겠죠. 말투나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솔직히 그 외에는 별다른 이점은 없어 보입니다. 표정과 손짓이 보이는 대면상황이라면 몰라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무슨 라디오 드라마 녹음하는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일단 ‘연기’로 들어가면 아무리 얼굴에 철판 깐 사람도 쑥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채팅으로는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대사도 말로는 못할 게 많을 것 같고, 진행자가 자세하거나 극적인 서술을 하기도 어색~할 것 같네요. 또 혼자 있으면 상관없어도 옆에 누가 있으면 참..(..)

어쨌든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사실이고, 특히 속도가 유혹적입니다. 실제 해보면 미친 듯 웃다가 끝날 것 같긴 하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쯤 해보고 싶네요. 실패한 시도라 해도 새로운 시도에서는 늘 배울 게 있으니까요.

캠페인 구상 – 해방의 혼

옛날 옛적에 언더월드 외전으로 구상했던 것이지만, 독립 캠페인으로도 욕심이 나는 ‘해방의 혼’은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규칙으로 일제시대 이야기를 그리는 것입니다. 태평양 전쟁중 미국을 위해 대일본 첩보 활동을 벌인다든지, 임시정부가 내리는 임무를 수행한다든지 , 좌·우파의 갈등에 휘말린다든지 하는 얘기가 주가 되겠죠.

다만 가뜩이나 다루기 조심스러운 역사적 시기인데 펄프의 과장된 만화적 황당함이 얼마나 어울릴지는 다소 미지수이기도 합니다. 비행선으로 총독부를 점거, 일본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던 사악한 닥터 가츠무라와 1백명의 닌자(..)를 무찌른 후 조선독립을 선포한다! 같은 스토리는 말이 안되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짜증부터 날 거라는 생각이. 물론 그런 짓은 절대 안하겠지만 어쨌든 세기의 혼이 펄프적 황당함에 꽤 어울리게 짜여져 있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펄프보다는 오히려 느와르적 분위기가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나둘씩 동지를 잃어가며 혼탁한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때로는 적과 동지의 구분마저 모호해지고, 거대한 싸움 속에서 사람 목숨은 파리만큼의 값어치도 없는 그런 비정한 분위기 말이죠. 면모 규칙이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데 매우 적합하기는 하지만 그럼 또 세기의 혼 규칙의 색채는 좀 살리기 어려울듯한 게 문제.

뭐 그런저런 이유로 세기의 혼은 다른데 써먹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배경을 차용해다가 하는 ‘강철의 혼’ 캠페인이라든지. 연금술, 유사과학, 과장된 액션 등은 여러모로 펄프적 분위기인데다 세기의 혼에서는 학자와 기술자가 매우 유용한 유형이니… 뭐 어느쪽이든 지금 하는 캠페인들이 끝나기 전에 마스터링을 늘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천천히 생각해볼 문제겠지만요.

언더월드 3기 외전 제안 세가지

현재 진행중인 언더월드 3기 외전 중 첫번째는 오체스님과 진행중인 안형사와 희연의 연애사 (생각해보면 본편에는 한두번 얼굴밖에 안 비춘 인물이 외전에선 출세했군요), 두번째는 브루하 폭주전대 외전입니다.

이중 안형사와 희연의 데이트 일기는 거진 끝나가는데다가 얼음깨기가 원래 2인용 규칙이라는 한계가 있고, 우슈로 진행하는 폭주전대는 신나긴 하지만 현란한 액션의 압박 때문에 자주 하기가 피곤합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느껴졌죠.

그런저런 관계로 세번째 (저와 오체스님 외의 분들께는 두번째) 외전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기분에 따라 골라잡을 수 있게 말이죠. 다 죽이고 폭파시키면서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는 폭주전대, 좀 기분이 다를 때면 다른 것 하는 식으로요. 시작하기 쉬운 순서대로 열거해 보겠습니다.

1. 성 미카엘 고교

– 규칙: 팬티폭발 (..) (Panty Explosion)

– 내용: 신도시의 성 미카엘 고교 분교를 배경으로 한 심령 혹은 음모 공포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차차 커져가는 공포의 실체를 시나리오 끝에서 대면해 물리치는 것이 기본 골자. 학교라는 공간 속의 경쟁과 질시를 다루는 학원물 성격, 자잘한 하루하루의 삶에서 나오는 일상물의 재미, 그리고 일상을 초월한 공포 혹은 음모물의 성격이 들어가게 될듯 합니다.

– 비고: 일단 별다른 준비작업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규칙은 소개글에 나온 것이 사실상 전부 다이고, 캠페인 제작에도 많은 준비가 들어가는 성격은 아니니까요. 길게 할만한 건 아닌 것 같고 시나리오 하나 정도의 완결을 목표로 하면 좋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2. 위신도 (僞神圖, 가제)

– 규칙: 소서러 (Sorcerer RPG)

– 내용: 사신가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와 권력을 위해 영적 존재들과 거래하는 이야기. 음모물과 공포물, 정치물의 성격이 강할 것 같습니다. 주요 주제는 힘의 유혹, 목적과 수단의 관계, 권력과 영능력의 결탁 등입니다. 정치적 비판도 (우회적으로) 들어가는 비교적 규모가 큰 배경에 각 주인공의 지극히 개인적인 양심적, 감정적 갈등이 겹쳐지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비고: 사신가는 제노님의 설정이고 캠페인 골자와 연관이 깊기 때문에 이쪽을 시작하려면 어느정도 협의와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반면 주인공들이 모두 한 조직 (사신가)에 속해있으므로 일행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각 세션을 자체완결적으로 하면 출석이 들쑥날쑥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고요. 규칙 부분은 지금 작성하고 있는 소서러 규칙정리를 보시면 될테고…

3. 해방의 혼

– 규칙: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 내용: 일제시대 말기, 2차대전 당시의 한반도, 그리고 세계. 194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펄프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액션과 로망, 유머, 심령현상, 황당한 유사과학 등 펄프의 전형을 많이 집어넣으면서도 혼탁한 시대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이 느끼는 내적 갈등 역시 강조할 생각입니다. 세기의 혼은 규칙상 그런 걸 잘 지원해 주기도 하고요.

주인공들이 미국이라든지 임시정부라든지 중국정부라든지 독립군 조직이라든지 혹은 그 전부라든지(..)에게 지령이나 협력요청을 받아서 대일본 파괴공작 수행, 적대적 영능력자 저지, 정보수집, 요원암살 등 온갖 군사 · 첩보 · 초자연 임무를 맡는 내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전의 주인공들 혹은 캠페인 내용이 3기 주인공들과도 관련이 있어서 본편의 수수께끼에 복선이 되는 것도 즐거울듯 합니다. 엘리사 부모의 정체라든지 민설의 가족사, 요괴들의 수난 같은 것 맡이죠.

– 비고: 지금 상태에서는 시작하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릴 캠페인입니다. 규칙이야 최대한 압축하면 비교적 적은 분량으로 전달할 수 있겠고 스턴트 고르는 건 주인공 설정 봐서 제가 고르거나 만들면 되고… 하지만 역시 역사적 배경, 게다가 아직도 민감한 문제가 되는 역사적 배경이다 보니까 조심스러워지고 자료도 많이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것을 하게 될 경우 자료조사를 도와주시는 참가자 분들은 페이트 점수로 포상할 생각입니다.

포도원의 제다이 컨버젼

포도원의 개들‘ 규칙으로 제다이를 플레이하는 컨버젼 규칙, ‘포도원의 제다이’입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Rpg.net에서의 토론과 포지에서의 토론에서 많은 발상을 훔쳐 끌어왔습니다. 이 글만으로는 플레이를 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건 제다이 패치라 원래 프로그램 없이는 소용이 없는거죠.

1. 주인공 배경

원만한 배경: 전통적인 방식대로 어려서부터 가족과 떨어져 제다이 교육을 받았으며, 크게 튀는 점이나 문제점이 없는 제다이에게 적합합니다. 유능하고 원만한 인물유형입니다.

눈에 띄는 배경: 특수한 훈련이나 전문성이 있는 경우에 어울립니다.

복잡한 배경: 뒤늦게서야 제다이 교육을 받게 되었거나 다크 제다이에서 전향한 등 뒷이야기가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에 적절합니다.

강한 공동체: 결속 강한 공동체 속에서 자란 사회성이 좋은 인물입니다. 원만하고 풍족한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친구와 인맥이 많은 제다이에게 좋습니다.

복잡한 공동체: 병든 공동체 출신이며 사회성이 부족합니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가족이나 사회, 아카데미 출신의 제다이에게 알맞습니다.

2. 특성치

포도원의 개들 규칙에 대한 특칙으로, 광선검 전투에 지성 + 의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근접전처럼 신체 + 의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요다나 노년의 오비완처럼 신체조건보다는 정신력과 노련함을 이용해 싸우는 경우겠고, 후자는 다스 몰처럼 고도의 운동신경과 전투훈련을 이용해 싸우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 외의 포스의 사용은 해당하는 행동 유형에 준합니다. 예를 들어 포스의 힘으로 감정을 가라앉힌다면 대화와 마찬가지로 지성 + 마음일 것이고, 포스를 이용해 3층으로 점프하는 등 엄청난 운동능력을 보인다면 여느 신체활동과 마찬가지로 신체 + 마음을 굴리게 될 것입니다.

3. 능력치와 관계

능력치나 관계에 제다이라는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다이 1d6’ 능력치일 수도 있고, ‘제다이 공의회 2d4’ 관계일 수도 있겠죠.

4. 장비

모든 제다이에게는 로브와 광선검이 있습니다. 그 외에 편하게 휴대할 수 있거나 그 자체 이동력이 있는 적당한 크기의 물품들–홀로크론, 책, 옷, 사이보그 등–을 가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중 중요하고 눈에 띄는 것들에는 주사위를 배정할 수 있습니다. 광선검과 블래스터에는 주사위 크기와 관계없이 1d4가 붙습니다.

인물을 제작할 때 원래의 규칙에 나오는 파수견의 외투에 준해 로브와 광선검의 색깔, 디자인 등을 묘사해서 적어둡니다.

5. 다크포스

제다이는 자기 능력치나 관계에 다크포스가 없더라도 언제든지 12면체짜리 다크포스 주사위를 무제한으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다크포스는 분노나 두려움, 복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오므로 도전과 응대에 있어 그러한 연기를 해야 합니다. 일단 다크 포스를 끌어오면 다크 포스의 진행정도 (7번 참조)에 따른 d10 주사위 또한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자기 능력치가 아닌 공짜 다크포스만으로 도전이나 응대를 하는 일이 있을 경우 그 갈등에 의해 굴리는 피해 주사위는 모두 한단계씩 올라갑니다. 따라서 그 갈등에서 얻은 피해 중 정신적이나 사회적 피해는 d6으로 굴리게 되고 맨손피해는 d8, 근접무기는 d10, 블래스터는 d12로 피해를 굴리게 됩니다.

수정: 다크포스만으로 도전이나 응대를 하는 일이 있으면 그 다크포스 주사위는 바로 피해 굴림으로 치환됩니다. 다만 d12로 피해 굴림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행동 유형에 해당하는 주사위 크기의 피해입니다. 능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다크포스에만 의지하는 것은 몸을 크게 상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이상 공익광고협의회의 제공으로 보내드렸습..퍽)

다크포스를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크포스 능력치나 관계를 넣을 것을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포도원의 제다이에서는 참가자 자신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다만, 주인공을 성장시킬 때마다 어떤 능력치를 새로 넣거나 키우는 것이 지금까지 주인공의 경험에 비추어 가장 어울리는지는 잘 생각해 보고 서로 협의할 문제일 것입니다. 다크포스로 한 마을을 학살한 갈등을 마치고서는 성장할 때 새로 넣은 능력은 ‘원예 1d6’라면 상의할 여지는 아주 많습니다..(..)

6. 포스의 사용

포스 사용은 의식 규칙에 준합니다. 대체로 포스 사용에 의한 피해는 해당하는 행동 유형에 의한 피해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제다이의 법도를 외우는 것은 사회적인 행동이므로 d4, 포스의 힘으로 3층 높이를 뛰어올라 사람을 때리는 피해는 신체적이므로 d6, 다크포스로 사람 목을 조르는 것도 신체적 피해이므로 d6, 다크포스로 사람을 들어올려 벽과 천장에 내던지는 것은 근접무기 피해와 비슷하므로 d8 하는 식입니다.

7. 다크포스의 진행

어떤 공동체가 얼마나 다크포스에 가까워졌는지 표현하는 진행입니다. 포지의 이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요다옹의 ‘두려움은 분노로, 분노는 증오로, 증오는 다크사이드로 이어진다‘는 말을 기반으로 했다는군요.

1A: 두려움 – 공동체중 누군가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1B: 편견 –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혹은 그들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2A: 분노 – 편견은 분노로 이어진다. 이는 편견의 대상이 된 사람의 분노일 수도 있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진 그릇된 권리의식에 의한 분노일 수도 있다.
2B: 불의 – 분노하는 사람에 의해, 혹은 분노에 대한 대응으로 불의가 저질러진다.

3A: 증오 – 불의를 당하고 있는 사람 혹은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 증오를 느끼게 된다. 3B: 폭력 – 증오는 폭력 행사로 이어진다. 증오하는 대상에게 행사하는 폭력일 수도 있고, 타인의 폭력에 대한 대응일 수도 있다. 이때쯤 되면 기존의 다크 제다이가 사람들을 다크사이드로 이끌 수 있다.

4A: 고통 – 폭력은 사회 전체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4B: 다크 포스 – 고통은 다크 포스의 도움을 받고 싶은 유혹으로 이어진다. 더 많은 고통을 일으킬 힘, 혹은 고통을 멈추게 할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 단계쯤 되면 새로운 다크 제다이가 생길 수 있다.

5: 다크 포스의 지배 – 결국 다크 제다이 혹은 다크 포스가 그 공동체를 지배하게 된다.

캠페인 구상: 브루하 돌격대!

제노님과 얘기하다가 떠오른 발상인데, 젊고 혈기왕성한 브루하들이 사바트를 대도시의 뒷골목에서 신나게 쓸어버리는 내용의 플레이도 괜찮을듯 합니다. 랩이나 하드 메탈이 나오는 가운데 전속돌진하는 오토바이에서 공중제비를 넘어 뛰어내리며 자동소총이 불을 뿜는 하이액션!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키보드를 놀리며 건물 보안을 무력화시키는 해킹!

한편 이것들이 사고칠 때마다 원로들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프린스에게 시말서 쓰느라 바쁜 게지요. 본래 사바트의 놀이터였지만 조금씩 카마릴라의 입지도 강해지고 있는 뉴욕 정도가 배경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언더월드 외전으로 가능할지도요.

규칙은 역시 액션에 가장 특화된 우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뱀파이어 규칙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충대충 컨버젼을 해보자면…

– 5점짜리 인물제작

– 피 점수

5점을 피와 정신력 사이에 분배합니다. (피 점수 0이 되면 가사상태에 빠지므로 피 0으로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피 점수는 피를 빨아서 채울 수 있습니다. 최대치는 10이며, 어떤 행동에든 추가 주사위로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피를 소모해서 기 점수를 채울 수 있습니다.

– 정신력 점수

최대치는 10. 갈증, 분노 등의 자극에 대한 정신력 판정에 실패하면 광란상태에 빠지며, 정신력이 0이 되면 야수에게 잠식당합니다. 판정에 정신력 1점을 소모할 때마다 자동 성공 하나를 추가합니다.

각 세션 시작마다 진행자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는 전체 참가자 수만큼 타인에게만 줄 수 있는 정신력 포상 점수를 받습니다. 누군가가 정신력을 채울만한 연기를 했다고 판단했을 때 그 사람에게 정신력을 포상합니다.

– 인간

다수가 함께 행동하는 평범한 능력의 인간은 엑스트라 규칙으로 처리하며, 수가 적은 평범한 능력의 인간에 대해서는 판정 없이 무조건 이깁니다. 뛰어난 능력의 인간은 3~5점짜리 인물 제작 규칙을 사용하지만 피와 정신력 점수가 없습니다. 계시를 받은 헌터라든지 진정한 신앙을 가진 예외적인 인물은 의지력 (혹은 신앙) 점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웨어울프

웨어울프 규칙은 뱀파이어보다 더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컨버젼해야 할지 짐작도 안가지만, 일단 뱀파이어보다 훨씬 세니까 5점짜리 제작을 기본으로 하되 분노 점수에다가 달의 주기에 따라 숫자를 곱해서 뱀파이어의 피 점수처럼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달이 없을 때는 1, 그믐달은 2, 하현달은 3, 초승달은 4, 상현달은 5, 보름달은 6 하는 식으로요. 즉 우슈상으로 분노 점수가 3이고 달이 하현일 때 실제 사용하는 분노 점수는 9가 되는 것입니다.

수정: 액션 RPG인 우슈에서 역시 엑스트라-히어로-보스 외의 세부적인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웨어울프는 나오면 무조건 보스로 처리합니다. 즉, 한번에 한명의 뱀파이어만 웨어울프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부 덤벼서 간신히 잡았어!’ (벽에 장식한 늑대 가죽을 가리킨다) 라는 얘기가 성립된달까요.

Babylon Babes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치하의 바빌론을 배경으로 한 캠페인입니다. 규칙은 트롤베이브. 역사적 정확도는… 뭐, 바빌론에 검투경기가 있다는 데까지 얘기하면 역사적으로 얼마나 정확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정확도 = 0)

캠페인 주인공은 동환님의 사사트, 노예명 아스와드입니다. 정해진 시간이 딱히 없고 (둘다 정규 캠페인 틈새에서 하는 것이니) 자주 변할 것 같아서 일단 1:1로 하기로 했습니다.

캠페인 규모는 규칙대로 개인적 규모에서 시작합니다. 과연 어느 규모까지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

배경

기원전 6세기 바빌론. (…물론 말로만. 사실은 판타지 도시이지요.) 페르시아의 쿠루스 (그리스식으로는 사이러스) 대왕이 바빌로니아를 점령한지 거의 20년이 지난 바빌론은 학술과 행정의 중심지로 발달했습니다. 무역과 전쟁 때문에 도시에는 수많은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지요. 한편으로 풍요와 안정의 이면에는 페르시아 제국에 대한 적개심이 끓고 있기도 한, 화려하고 위험한 도시입니다.

주변 지역은 풍요로운 평원 지대를 이루고 있으며, 푸라투 (그리스어로는 유프라테스) 강과 이디클랏 (그리스식으로 티그리스) 강 사이에 난 수로를 비롯해 강물을 끌어들인 수로 체계 때문에 고대 세계 기준으로는 교통도 편리합니다. 종교적으로는 바빌론의 수호신 마르두크가 주신이며, 풍요의 여신 이슈탈도 폭넓게 숭배합니다.

자료

바빌론 지도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도 – 주인공 사사트가 바빌론을 벗어날 경우에 한동안은 이쪽을 맴돌게 되겠지요.

페르시아 인명사전 – 아마 시간대가 안맞겠지만 알게 뭡니..(퍽) 최소한의 양심은 있으니 이때부터 1,000년 후에야 나타나는 이슬람 냄새가 나는 이름은 피해야..(…)

아시리아 이름들 – 그때그때 이름이 필요하면 골라서 쓸 자료. 

한 캠페인에 둘 이상의 규칙

한 캠페인 내에서는 하나의 규칙만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깨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제노님의 제안이었는데, 지금 하는 언더월드 캠페인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인디 RPG 규칙을 사용하는 세션을 가끔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죠.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규칙을 다르게 하는 것은 플레이의 초점을 바꾸기 때문에 캠페인의 다양한 면을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거든요. ‘얼음깨기 (Breaking the Ice)’라면 섬세한 연애심리, ‘포도원의 개들’이라면 단죄와 폭력,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이라면 인간적 고민과 심리 변화, ‘바카날 (Bacchanal)’이라면 신들의 장난과 성적 문란..(퍽) 뭐 그런 식입니다. 그런 면에서 규칙을 달리하는 세션은 일종의 외전 성격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또한 같은 배경과 인물들을 다른 규칙으로 플레이해 보는 것은 규칙이 달라짐으로써 플레이의 양상이 달라질지, 달라진다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존 RPG도 사용해본 경험이 있고 인디 RPG도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두 가지를 직접 비교할만한 상황이 주어진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같은 구성원과 같은 배경, 같은 인물로 두가지 규칙을 사용해 본다는 건 그런 비교를 가능하게 하겠죠.

구체적으로 어떤 규칙을 사용할지는 그때그때의 상황을 봐야겠지만, 지금 생각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얼음깨기 – 연애물. 규칙 자체는 2인용이지만 다른 참가자들도 주변 인물로 얼마든지 개입 가능합니다.

우슈 – 대활극! 출중한 전투력과 영력으로 악을 깨부수는데 적합합니다.

트롤베이브 – 인물 제작은 초간단하지만 (2에서 9 사이의 번호 하나가 능력치의 전부), 판정 규칙의 서사성이 상당합니다.

미씩 – 진행자 없는 진행을 실험적으로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캠페인중 타규칙 사용은 제게 재밌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재밌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요.

트롤베이브..

트롤베이브 캠페인 발상들

이거 보니 새삼스레 트롤베이브 하고 싶어지네요…흑흑. 수퍼히어로물에서 익절티드까지, 정말 별게 다 되는 규칙이 트롤베이브인 것 같습니다. 사회 능력은 번호와 1 혹은 10과의 차이 중 큰 쪽이 아닌 작은 쪽으로 한다는 오류수정도 맘에 들고요. 그렇게 하면 마법을 극한으로 올리거나 신체능력을 극한으로 올리는 경향도 어느정도 줄어들테고, 재굴림 규칙의 활용도 늘테니… 다만 우려되는 점이라면 참가자들이 사회판정을 안하고 마법이나 전투 판정만 하려 들지 않을까 하는 점. 뭐, 마법/사회 판정이나 전투/사회 판정도 가능하고, 또 성공 가능성도 커지니까 혼합 판정의 활용이 늘지도요. 중요한 건 진행자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혼합 판정이라 해도 일단 사회 판정이 들어가긴 해야 한다고 못박는 것인 것 같습니다.

중동적 배경 역할놀이에 매력을 느끼다

요즘에는 천일야화 (A Thousand and One Nights)와 제노비아(Zenobia)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Blue Rose는 어느새 잊혀졌나…먼산)

천일야화 (1001 Nights)

천일야화 쪽은 술탄의 호화로운 궁정에서 살며 자유를 꿈꾸는 궁정인들이 사막의 긴 밤을 보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내용입니다.

“사막의 밤은 길다. … 혀 위에는 고수 열매와 대추, 포도주, 소두구, 후추, 야자수, 새프런과 박하의 맛이 어우러지고, 가죽과 금으로 장식한 부드러운 목면과 비단 옷 밑으로는 향유 바른 매끄러운 피부가 은은한 빛을 낸다. 그리고 머리 위로는 언제나 그 자유를 뽐내며 춤추듯 움직이는 천체들의 운행이… 술탄의 궁에 사는 자들이 신비와 마법, 아름다움과 모험의 이야기에 영혼을 싣고 잠시만이라도, 상상 속에서라도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어찌 이상한 일이겠는가.”

저런 식으로 글을 쓰는데 어떻게 매혹당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아..;ㅁ; 천일야화에 나오는 술탄의 궁은 수많은 뉘앙스와 채울 수 없는 갈망, 하지 못한 수많은 말들의 침묵이 공허하고 가혹한 아름다움 속에서 교차하는 공간. 이런 분위기에 빠져볼 수 있는 분이라면 아주 재밌게 할 수 있을지도요.

전체적인 구조는 돌아가면서 진행을 맡는 액자식 역할놀이입니다. 주인공들은 술탄의 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학자, 술탄의 후궁, 노예소년 등등), 제각각의 이유로 궁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금 창살의 새장에 갖힌 경우랄까요. 이들은 밤이면 모여서 이야기를 지어내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각각 이야기 속의 한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습니다. (즉 이들은 RPG인이었다는 파문이.) 예를 들어 진행자가 ‘하킴과 이발사와 낙타’라는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하면 학자는 하킴 역, 후궁은 이발사 역, 노예소년은 낙타 역할 하는 식이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지은 결과 생긴 주사위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 굴려 궁정인들의 운명을 조금씩 결정짓습니다. 술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사형당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고, 술탄의 궁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요. 자세한 규칙 설명은 차후에… 규칙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환상적이면서도 살얼음판인 술탄의 궁 분위기에 흠뻑 빠져드는 게 어려울지도요.

제노비아(Zenobia)

제노비아는 기원후 260년 경의 중동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역할놀이입니다. (제노비아는 로마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팔미라의 여왕.) 제노비아의 고대 중동은 역사적으로 충실하다기보다는 하나의 환상적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죠. 실제 역사적 자료를 찾아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한편 워낙 오래전 세상인지라 자유도도 충분할 것 같은 느낌. 배경 설정이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는 데다 이집트, 페르시아, 이오니아 등의 자료집도 추가로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군요. 제노비아에 나온 규칙은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서 페이트 (FATE)를 사용할까 합니다.

“제노비아와 그녀의 어린 아들 바발라투스는 이제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막 왕국을 이끌고 있다. 이 왕국은 가바도기아의 험준한 산지에서 시리아의 부유한 도시들까지, 신심깊은 솔리마에서 상인 군주들의 고향 나바테아까지 이른다. 동북쪽으로 제노비아의 왕국은 사막을 건너 메소포타미아의 환상적인 도시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제국이 이들 이국적인 땅을 되찾을만할 영향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땅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